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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자살(自殺).

곰발바닥개발바닥 2013. 11. 8. 19:12

냉면의 자살(自殺).
글 쓴 이 :  곽정부 등록일 :  2013-10-22 10:59:36 |  조회 : 30 |  추천 : 4

냉면 맛은 육수다. 육수가 제 맛이 나야 냉면은 제격이다. 언제부턴가 고기집이 주류인 식당서먹는 냉면 맛이 좀 이상타 싶었지만 얼음을 육수에 둥둥 띄워 차가운 탓에 혀가 제구실을 못하니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으나 냉면을 먹을 때마다 뭔가 깨운 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 이유를 이 영돈PDTV에 나와 자세히 설명했다. 市中식당서 파는 냉면 육수 대부분이 쇠고기다시다로 재료를 하여 만든다는 거다. 다시 말해 소 양지와 사골을 넣고 푸~욱 고아 만드는 기존방식의 육수대신 화학적 성분으로 비슷한 맛을 내는 육수란다.

그렇게 되면 식품위생엔 안 걸릴지 모르지만 가짜냉면이다. PD가 며칠 전에 또다시 냉면육수의 진실을 TV에 보도하는 바람에 확인사살까지 갔으니, 잘 모르긴 해도 市中한식당 냉면매출은 뚝 떨어졌을 게 당연지사다. 自然的인 것보다 화학적 성분 육수가 맛은 비슷할지 몰라도 人體에 안 좋은 건 과학이다.

PD 프로그램을 보고 냉면육수의 실상을 안 나도 냉면은 안 사먹기로 작정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가는 청량리경동시장 안에는 평양냉면이란 간판을 단 작은 냉면집이 있다. 전철 큰길서 첫 번째 시장골목 들어서 20정도가면 오른편 2층에 있다. 10평 공간에 탁자 5~6개를 놓고 부부가 가마솥 위에 냉면 틀을 놓고 직접 면발을 뽑는 그런 냉면 집이다.

며칠, 경동시장간 길에 냉면생각이나 평양냉면 집에 들렀다. 평소에 손님이 많으면 아는 체도 안하던 주인장이 웬일인지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주인 노마님이 보이질 않고 웬 씩씩하게 생긴 50도우미아줌마 한분이 식당일을 거들고 있었다.

아줌마의 주문을 받으며 나는 갈등이 생겼다. 냉면을 먹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나는 간사했다. 결국 냉면은 시키지 않고 대신 평양만두(이집 만두는 진짜 맛있다.)를 시켜놓고 가게 안을 돌아보니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이 시간 때면 두 셋 테이블 정도는 냉면손님이 있는 그런 시장안의 냉면집이었다. 매스컴의 영향은 실로 컸다.

재래시장은 상품뿐만이 아니라 세상물정 집산지다. 재래시장을 가보면 민생경제가 어떤지? 농어촌의 현재 삶이 어떤지 대번 알 수 있다. 거기다 민심까지도?

장사꾼은 자기가 팔고 있는 상품이 좋고 시장을 찾은 사람이 많아 장사가 잘 되면 호객하는 목소리에 신명이 난다.

산지서 출하한 물품이 좋지 않고 시장에 사람들 발길이 뜸해, 장사가 안 되면 풀이 죽는다.얼굴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돈을 손에 쥐지 못하면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고위정치인이 재래시장을 방문해 떡 뽑기와 순대를 사먹는 장면이 TV에 나온다. 시장 통 장사꾼의 삶을 깊이 볼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일까? 만 그러면서 한편으론 한식문화를 알리기 위해1.500억을 썼다는 소문 같은 게 들리면 그 모든 게 가식처럼 느껴진다.

 냉면이 육수로 말미암아 이 땅서 퇴출당하게 생겼다는 걸 옛날이면 누가 믿을 수 있었을까? 진짜 같은 맛을 내는 가짜 육수 땜에 냉면이 자살할 걸 누가 믿겠냐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엔 진짜 같은 가짜가 너무 많다. 그것도 멀리 있는 남 예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려있는 현실이다. 가짜는 사기다.

적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냉면과 육수처럼 가까이 있다. “너희를 망하게 하는 원수가 내 집안에 있다.”는 성경 한 구절을 다시 한 번 음미해야할 시대에 살고 있다.